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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낡은 골목
HIT : 204 WRITER : 이길옥 DATE : 17년02월26일 09시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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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낡은 골목> - 시 : 돌샘/이길옥 - 개발이 늦은 매곡동 허름한 뒷골목은 그늘이 검은 스타킹을 신고 소형 모닝의 출근을 방해하기 일쑤예요. 길잡이가 서툰 소나타가 발을 잘못 들여놓고 제 몸에 깊은 상처를 낸 뒤 끓는 부아의 음계를 높여 오열하는 것은 가끔 이웃 할머니들의 말다툼에 오염된 것일 거예요. 억지 춘향이 옷 걸치고 짜증 앞세운 동장님의 현장답사로 사탕을 얻어먹은 주민들의 시간이 푸석푸석 말라가는 동안 바닥의 살점들은 뜯겨나가 뼈대가 드러나고 ‘반공방첩’ 색 바랜 페인트의 오랜 기억으로 버틴 시멘트블록의 몸통이 위험을 느끼는 담장을 아픈 골목이 간신히 붙잡고 있어요. 가난이 둘러앉아 대책을 논하는 나른한 봄날 오후 허름한 담벼락에 턱을 괴고 겨울을 위태롭게 견딘 포도나무 마른 덩굴이 뿌리로부터 봄소식을 전해 듣고 겨울눈의 눈곱을 떼고 있어요. 개발 소식 감감한 매곡동 낡은 골목을 점령한 어둠이 허리 꺾인 전신주를 보듬고 알몸인 백열등을 깔고 노숙을 하는 동안 떠나지 못한 고샅 할머니들 입에서 썩은 냄새에 튀겨진 욕만 툭툭 터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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