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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사람의 춤/이재연
HIT : 108 WRITER : 이길옥 DATE : 18년09월24일 16시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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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사람의 춤/이재연- 등을 버려야 하는지 등을 보여야하는지 태도를 결정해야 하는 아침이면 종일 너 없는 쪽으로 걸어갔다 아무도 없는 쪽에서 저녁이 다가왔다 바람벽에 몸을 기대어 있다가 흰 얼굴로 눈을 떴을 때 해는 서쪽에서 자고 왔다 겨울은 멀리서 오는 것 같았다 불어지지 않는 휘파람 속에서 흰 곰팡이 꽃이 피어올랐다가 말라가는 동안 뭔가 이루어져 가는 것은 더 이상 없었다 다시 겨울이 왔다, 그가 왔다 말을 하지 못했다 서로 말을 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설명하면 안 되는 나라에서 눈이 온다고 믿었다 기다란 그림자라고 생각한 그가 자고 갔다 바람이 시끄러워졌다 사람들 속에서 소실점이 떠올랐다 미루나무 속에서 미루나무가 태어났다 말을 할 줄 몰랐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망설이다가 그에게 손을 그려 주었다 내 손을 천천히 그에게 주었다 다른 곳을 오래 바라보던 그가 나를 잡고 춤을 췄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시간이 흐른다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눈 속에서 조금씩 눈이 왔다 그리고 또 눈이 왔다 우리는 앞으로도 쭈욱 이별 없이도 서로를 잊을 수 있었던 이유 같은 거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소리 없이 버려졌다 버려졌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을 때가지 이해하지 않으려는 버릇이 생겼다 따뜻했던 것을 차갑게 기억하려는 버릇이 생겼다 그해 겨울의 모든 것은 꿈이 되었다 나는 그에게 손을 주었다 그리고 아무도 보이지 않을 때까지 춤을 추었다 우리는 물이 되었다 -詩 전문 계간지『포엠포엠』2015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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